지적질과 페이싱에 대한 잡설 by 척 키스

 장갑묘님 댓글을 보고서 언제 한번 적어야지 하고 숙성시키다가 적는 글입니다. 사실 그동안에 그래픽카드가 운명했다던가, 컴퓨터를 새로 장만했다던가 여타 다른 일도 있어서 짬이 안 나서 이제 적는 것이지요.

 요즘 웹을 돌아다니면 수년동안 인터넷 자체가 DC화 되었다고나 할까요. 처음 시작한 텔넷 시절이라면 감히 쓸 생각 못할 표현들이 난무합니다. 그 때라고 욕설이나 반말이 없던 것은 아니였습니다만... 반말과 욕설을 사용할 때의 제재를 생각하면 사용하기 꺼려질 정도의 구속력이 있었죠. 자기가 놀러가던 곳[소모임이나 동호회]에서 강퇴는 물론이고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죠.] 텔넷 이용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욕설에 반말한다고 인터넷이 끊기진 않잖습니까? (먼산)

 요즘 예의바르게 이야기하면 가식 떤다고 "까고 있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라는 속담은 여전히 맞는 말입니다. 지적질 or 딴지를 걸고 싶다면 대략 이 정도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될 듯합니다.

1. 일단 예의는 차립니다. 존댓말 잘 해주시면 됩니다. 존댓말이인지 반발인지 잘 구분이 안 되신다면 자신이 부모나 조부모, 직장상사, 높으신 분들에게 하는 식으로 말하시면 됩니다. 서구화되어간다라고 해도 존댓말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앞서 예로든 분들께 모두 반말로 응대하시진 않으실 테니까요. 그리고 존댓말을 한다고해서 욕설을 하거나 욕설을 중의적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건 기본입니다.

현실로 좀 바꿔서 생각해볼까요? 이 글을 읽는 분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때 어떻게 말하시나요? 처음보는 사람에게 "야! 여기 어떻게 가야 하냐?"라고 물어보시나요? 아니면 "저기요, 여기를 찾아가려는데 어떻게 가야하나요?"라고 말씀하시나요?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후자와 같이 이야기 한다 생각합니다.(물론 제 상식이 다른 사람에겐 상식이 아닐수도 있습니다만...)


2. 초면이라면 일단 페이싱을 위해서 "덕분에 무엇(아마도 작품명)을 잘보고 있습니다."같이 일단 고맙다는 점을 표현시거나 장점을 찾아서 칭찬을 하세요. 물론 링크신고를 했고 정기적이든 부정기적이든 대략 아는 사이라면 페이싱 없이 이야기하셔도 됩니다만... 그래도 하는게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3. 어떠한 사항으로 지적 or 딴지 거는지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대략 90분짜리 자막에서 맞춤법이나 해석이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사항이 있다면 대략 몇분 몇초라던가 해당 구문을 직접 인용해서 이야기 하시는게 좋습니다. 수정의 편의도 편의지만, 작성자가 확인할 여지를 주는 것이죠. 뜬금없이 "누구랑 누가 대화하는데 번역이 틀렸네요."라고 하시면 번역자 입장에서 그게 어딘지 가물가물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오탈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번역이나 오탈자의 문제가 아니라 개념의 이해가 틀린 것 같다면 스무고개 하시지 말고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세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용팔이가 물건 팔아먹듯 간 보는걸 알면 기분이 좋진 않겠죠? 직접적으로 언급하시기 싫다면 참고서적을 알려주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놔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4. 되도록 비밀글 기능을 활용합니다. "아니 뭣하러 비밀글까지 써야 합니까?" 라고 물어보신다면 키베에서 가장 빨리 네임드가 되는 방법이 뭔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네임드 까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는게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 이오지마에는 트랙백과 핑백으로 역이고 설힌 까는 글들이 수두룩하죠.-_-y=~ 비밀글로 남긴다는 것은 저자에게 지적을 할 지라도 그것을 통해 이름을 날리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는걸 보여주는 행동이 됩니다.


5. 토론은 승리하기위한 싸움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사람이니 잘못 알고 지적할 수도 있고, 잘못 알고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점을 시인하고 다시 잘못하지 않으려하는게 지식이든 인성이든 사람이 크는 길입니다. 다른 문제로 말을 돌린다던가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건 "나는 아Q 같은 사람 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것 밖에 안 됩니다. 

 추가로 나에게 상식이 다른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다른 사람에겐 불의일 수 있다라는 점을 이해하고 이야기하시면 더 좋습니다. 자신과 틀리다고(다르다고) 틀린(잘못 된)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하는건 자신의 편엽함을 광고하는 길이죠.


6. 자신이 고객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합니다. 해당 글이나 자막 등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번역자 혹은 저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에 일조하신게 아니라면 갑질은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번역자나 저자가 번역물이나 글을 올린건 다른 사람과 소통 혹은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위한 자기만족 때문이지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려는건 아니니까요. 입장을 바꿔서 취미생활 하는데 대뜸 초면인 사람이 조롱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기분 좋을까요?


PS: 잡설이니 계곡으론 안 보냅니다.
PS2: 여기 적은 것을 제가 반이라도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먼산)

덧글

  • 장갑묘 2011/06/08 23:15 #

    잡설이니 계곡으로 보냈어야죠.
    계곡에 쓸만하다고 할 만한 글이 사실 몇 개나 있습니까.

    저도 위의 얘기 중 절반도 실천할까 말까라서 가능하면 타인에게 관대해질려고 노력합니다.
    이론 무장은 '완전 중무장'인데, 사람이 감정의 동물인지라 때때로 예의를 무시하게 되죠.
    6번 정도만 생각해도 큰 싸움은 안 나지 싶습니다.
  • 척 키스 2011/06/09 22:06 #

    잡설이니 계곡 보내봐야 바로 파뭍히겠죠. 원채 계곡에 잘 안 가기도 하고...(글쩍)
    링크 납치 후 스토킹하는 얼음집 생활이라 계곡 수질은 잘 모르는 것도...(글쩍글쩍)
    나중에 한번 짤방달고 보내볼께요. 적절한 짤방을 어디서 구한담...(먼산)

    PS: 그냥 지적질 안 하고 씩 웃어주고 지나치는게 더 나은것 같습니다.
    알아서 다른 사람이 지적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지적은 기본이 조롱이고 옵션이 욕설이더군요.(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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